아름다운글

밤송이

우리유황오리 2011. 9. 19. 13:51

 

밤송이

 

                   최학순

 

까꿍까꿍 밤송이 무르익은

엉덩이 바람에 살랑거리면
다람쥐 혹이나 떨어질까
뾰로롱 오르내림 하고

산새 들새 밤 나무가지 터 잡고 한잠을 자면
매미가 울었던 여름 자락 조금은 남았을 법 도한데

어느새 햇살은 한참을 내리쬐더니
베시시 새침한 여인의 치마자락 열듯

화알짝 뽀오얀 알몸을 열어 놓았다

 

저봐라 저봐라 도도한 밤송이

삐금삐금 보이는 속살을 보아라
하하 호호 고추잠자리 맴을돌고
청살모 이리뛰고 저리뛰고 점 찍어 놓더니
칡덩쿨 오르며 제 풀숲에 감추려 애를쓰고
하늘하늘 코스모스 꽃자태로 유혹을하면
가을 실바람 살살살살 간지르며 꼬득여 하는 말

밤송아 밤송아
어차피 보이는걸 탱탱하고 야무진

빛나는 이쁜 몸매 다아 보여주렴

개암도 벌어지고 도토리도 익어가는
밤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들어
후다닥 돌팔매질 초동들 멱감으러 가면

오매불망 쳐다보는 강아지 한마리
멍멍짖다 뛰어가고
가을햇빛 맑은 하늘
구름도 움직이지 않는 오후에
사랑처럼 토실한 밤송이 알밤한대 맞을래

부끄럼도 모르고
호호호호 한참을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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