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
하얀 꽃송이가
하늘을 덮고 있다
위쪽 나라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때가 되어
떨어지고 있나 보다
빛이 있던 날
삼신 할머니가
실수로 생각을 주시어
때로는
힘이 들고 지치지만
하얀 꽃 한 송이에
가난했던 아낙의
초라한 무명 적삼과
하얀 꽃 두 송이에
여러 자식 키우느라
나무껍질이 되어버린 손과
하얀 꽃 세 송이에
자나깨나 자식 걱정에
이마를 덮은 굵은 주름과
하얀 꽃 네 송이에
모든 걸 다 주시고
우렁이 껍데기가 되신
서러운 당신을 생각한다
어쩌다가 오시었소
심술궂은 놀부가 밀어서
미끄러지셨나요
천상에 계셨으면
모진 세월 험한 풍파
그런 일은 없잖아요
고이고이 키웠건만
저절로 큰 줄 알고
지금까지 무엇 하나
보답을 못했으니
어이 헐고 어이 헐고
휑한 눈동자의 구십 노모
정신까지 놓으시니
불쌍하고 가련해서 어이 헐고
만약에 다음의 생에
당신의 아비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업어 주고 안아 주고
이승에서 당신께 진 큰 빚을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수 있도록
너를 보며 간절히 빌고 빈다
인생길, 생, 로, 병, 사
그 누가 정했더냐
고향 옛집 마당가에서
말이 없던 오동나무야
함께 했던 지난 정을 생각하여
드넓은 잎사귀로
사랑하는 우리 임께
무정한 세월만은 막아다오
앞 개울에서 졸졸거리며
흐르던 시냇물아
너를 동무 삼아 가재 잡던
정을 생각하여
투명한 두 손으로
사랑하는
우리 임을 옛날로 돌려다오
내년에도 어김 없이
진달래 꽃은 피고 종달새
지저귈텐데 임의 숨결은
기약이 없으니
이 마음 어찌 하나
창밖에 눈발은 흩날리는데.
서천/ 이 장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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