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최학순
흙 한줌 털어낸 고무신을 가지런히 놓고
비 방울 한톨반톨 밭아내어
님 거울될까 모았더니 조그만 구멍난줄 몰랏네
여 남은 손가락 빙빙돌려 밭이랑 가고 산이랑가면
소쩍이 낮인지 밤인지 구별을 안하고 울고
온동네 울려 퍼지던 다듬이소리 귓가에 맴돌고
시름없이 다녀온 길 도랑마다 발을 담구어
간지르는 물풀될가 흐르는 물결 될까
흑돌백돌 구르다 멈추어 서면 가랑잎은
제 떠내려 갈줄모르고
하늘하늘 구름만 불러 모으지
베시시 웃다가 바람만 쉬다가네
추억처럼 걸린 내 마음이 놓여진
다듬이돌 위 검정 고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