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아 병수야~
창가에 비쳐드는 달빛이 밝아 겉창은 열어두었다
전등불을 끄고 은은한 달빛을 안방으로 초대하였지
팔베게를 하고 누워서 달구경을 하니 좋아하는 너희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렴, 들녁에서 달빛을 받아 배추 속 쏙쏙 여무는 소리 들리지 않니 ?
엄마가 어릴 적에 오늘같이 달 밝은 밤이면 동네아이들은 모두 모였단다
남자 여자 상관없이 비슷한 또래끼리 편을 갈라 숨바꼭질을 하였지
숨는 팀은 동네 어디는 숨을 수 있었단다 장독대나 건조실 들판 마음대로 숨으면
찾는 팀은 곳곳을 다니며 찾곤 하였어 들판이나 산 아래에 있는 방죽에 숨어 있으면
달빛에 어린 주변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였단다
산언저리를 따라 펼쳐진 옥수수나 목화송이에 물결치는 달빛이며,
눈이라도 내린 듯 하얗게 펼쳐진 메밀밭에 어린 달빛은 가슴을 울렁이게 까지 하였단다.
계곡을 흐르는 물위에 부서지는 여울의 은빛이며 물어오는 바람까지
달과 교감을 나누는 듯 나른하게 온몸을 에워싸면 얼마나 푸근하던지.겨울밤이 되면
마을은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로들썩거렸단다 .
숨박꼭질을 하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밥 서리를 하였지 부얶에 있는 가마솥 뚜껑을 소리 안 나게 잘 열어서
밥을 가져오고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김치를 가져와서 ,
화롯불에 큰 그릇 올려놓고 들기름을 넣어서 밥을 비벼먹는 맛이란
여럿이 수저가 들락날락 하다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나고 얼마나 맛이 있던지
빈 수저만 쪽쪽 빨면서 더 먹었으면 하는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하였지
함박눈이 내려 하얀 세상이 되면 각자 비료포대 하나씩 들고 모였단다
비탈길에서 포대에 몸을 싣고 미끄럼을 타다 보면 얼마나 스릴있고 신나던지
요즘 아이들 롤러스케이트 타는 것이나 컴프터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었단다
옛날에 엄마가 살던 시골이라는 여건은 같은대 요즘 시골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구나 ,
우선은 너희들과 뛰어놀 친구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제일 서글프다 .
친구들이 있다고 하여도 엄마가 하던 숨박꼭질 같은 놀이보다는 컴프터 게임이나 TV에서 만화 보는 것을 더 즐기고 있지 ,
엄마는 집안에서 노는 놀이보다는 자연을 벗 삼아 노는 놀이를 했으면 한다 .
엄마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면서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소망이야 .
어두우면서도 밝은 달처럼 주위에 빛을 주고,
밤하늘에서 영롱하게 빛은 발하는 별처럼 총명하고 빛나게 자라 주었으면 한단다
달빛만이 창문으로 넘실거리고 사위가 조용한 이 시각 엄마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새근새근 잠들었구나
살짝 잠긴 눈에 길게 뻗은 속눈썹 발그레한 볼 앙증맞은 손까지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창가에서 둥근 달도 잠든 너희들을 보고 미소 짓고 있구나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닫고 달빛을 이불깃에 담아 덮어주마
~ 여동생 수필집 간이역우체통 중에서 ~